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 전망으로 회사채 시장 경직이 우려되자 기관들이 우량 회사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AA0)이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7,000억원이 몰렸다. 1,000억원씩 발행 예정이던 3·5·7년물에 각각 2,500억원, 2,800억원, 1,700억원이 들어왔다.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현대제철은 발행금액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수요예측을 실시한 GS(AA0)도 3,000억원 발행에 총 6,400억원이 몰려 발행금액을 4,900억원으로 늘렸다. 발행금리는 3년물은 개별 민평 수준으로, 5·7년물은 개별 민평에서 0.02%포인트 차감한 수준에서 확정했다. GS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STX에너지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 지난 6일 3년물 2,000억원 규모의 이마트(AA+)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4,5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몰렸다. 이마트는 발행액을 1,000억원 늘려 3,000억원으로 확정했고 개별 민평에서 0.01%포인트 차감한 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했다. 크라운제과(A-)도 2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82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번주 LG전자(AA0)의 수요예측에도 기관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량 회사채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기준금리 동결과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이 전망되자 회사채 시장이 경직되기 전에 기관들이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자 우량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며 “우량 회사채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지난해 말까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기관들이 연초 자금 집행에 따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관들이 우량 회사채에만 관심을 보이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연초 이후 BBB급 이하 중에서는 동부CNI만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마저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강등된 효성은 7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900억원을 차환 발행이 아닌 현금으로 상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