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로 통과, 그동안 마비된 국회기능이 되살아나 금명간 내년 예산안과 각종법안 심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특검도입 자체의 정당성과 특검의 노 대통령 측근 수사방향 등을 놓고 청와대ㆍ열린우리당ㆍ검찰 등 여권과 한나라당ㆍ민주당ㆍ자민련 등 야권의 격돌이 예상돼 또 다른 정국불안이 우려된다.
◇국회기능 정상화=국회는 5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와 각 상임위의 법안심사를 재개하고 국정현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회는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 이후 한나라당이 등원을 거부, 운영이 전면 중단돼 `식물국회`란 비판을 받아왔다. 예결위가 재가동되면 계수조정 소위를 구성, 정부가 제출한 117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전체규모와 항목별 예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수조정 소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장간 대립이 예상된다. 또 예산심의 과정에서 적자재정 편성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 상임위는 예산부수법안인 각종 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 공정거래법안, 주택법안, 채무자회생법안,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과 3대 특별법안(신행정수도건설ㆍ지역균형발전ㆍ지방분권) 등 경제ㆍ민생법안을 심의한다. 이와 함께 이라크전 파병, 부안사태, 수능파문, 정치개혁 등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는 9일로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내에 예산안과 법안처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방탄국회`란 비판 속에서도 연말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하다.
◇또다른 정국불안 우려=특검법안 재의결로 여권은 야권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원내현실을 실감하게 됐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회 재적의원 3분 2를 넘는 184명이 찬성하고 국민 다수가 찬성해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국회가 다시 재의결해 확정함으로써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개혁정책이 국회의 견제로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국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당 내부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으로선 검찰을 견제, 국면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달리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부터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결을 주장,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원내 제2당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검찰이 이미 특검법안 재의결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검찰과 국회와의 정면충돌이 우려된다. 또 특검이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만큼 여권과 야권이 수사결과를 놓고 각각 정략적으로 이용, 정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