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잇따른 비리·정책 갈등에… "올 스승의 날은 조용히…"

기념식 않고 각종 행사 취소
카네이션 반입 금지 학교도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함을 느껴야 할 교사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12일 일선 학교 및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상당수 학교와 단체들이 스승의 날과 관련한 특별한 행사를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거나 예정된 행사를 취소했다. 교육계를 뒤흔든 각종 교육 비리와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 탓에 일선 교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고 외부의 비판적인 시선도 의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초중고교 교원 8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공동체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3.4%가 최근 1~2년 사이 교원의 만족도 및 사기가 저하됐다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총은 정부와 공동으로 주관해오던 '스승의 날' 기념식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스승의 날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나 일정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16년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는 "평소 스승의 날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올해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느끼는 위축감이 심한 것 같다"며 "워낙 교육 비리가 많았던 해라 그런지 스승의 날이 반갑기는커녕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한 초등학교는 교육비리 등으로 교단이 어수선한 점과 카네이션 가격 급등 등의 상황을 고려해 올해 처음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스승의 날 교내에 꽃을 가지고 오는 것을 금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취지가 무색해졌으니 스승의 날을 폐지해야 한다'거나 '존속은 하더라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가만히 입 다무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무거운 스승의 날은 처음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