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가 지난해 4조2,000억원어치의 토지를 팔았다. 2012년에 비해 150%나 늘어난 금액이다. 부채 규모도 2조원가량 줄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일군 성과여서 돋보인다. 민간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종수 사장이 추진한 강도 높은 경영혁신과 공격적인 판촉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8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는 총 303필지 4조2,094억원어치의 토지를 매각했다. 이는 전년도 1조6,791억원에 비해 150%나 증가한 실적이다. 노른자위 입지로 평가받는 강서구 마곡지구와 송파구 문정지구의 토지 매각이 활성화된 것이 실적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마곡지구는 110필지 1조9,360억원의 땅이 팔렸고 문정지구도 23필지 8,655억원어치의 토지가 매각됐다. 63필지 6,933억원의 땅이 팔린 위례신도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같은 토지 판매실적 증가에는 특히 현대건설·진흥기업 CEO 출신인 이종수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2012년 5월 취임한 이 사장은 은평 알파로스,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서 입은 손실로 같은 해 5,3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고강도의 긴축 재정과 경영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 시장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판매촉진 활동을 시행했다.
SH공사 관계자는 "토지 미매각이 시장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공급가격 산정과 보수적인 판매방식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고 선납할인 확대와 대금납부조건 완화, 필지분할, 계약금 환불 조건부 매각, 중개알선장려금 지급 등 다양한 판촉 전략을 시행한 것이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토지 매각실적 증가로 인해 SH공사의 부채 규모도 크게 줄었다. 2012년 12조5,882억원이던 채무는 지난해 말 10조6,575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공사채 등 민간 차입금이 9조995억원에서 7조3,282억원으로 줄어든 것은 의미가 크다. SH공사는 올해 마곡(3조1,774억원), 위례(1조6,441억원), 은평(1조1,239억원) 등 7조원이 넘는 매각 대상 토지 판매를 적극 추진해 연말까지 부채 규모를 7조원 초반대로 끌어내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