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 빌딩투자로 이동

주택투기대책 피하려 강남권 건물 매입나서
중소형 매매가 2배급등 '묻지마 투자'양상

정부의 주택 투기대책을 피하려는 일부 자산가들이 서울 강남권의 중소형 빌딩 매입에 대거 나서면서 빌딩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일 은행업계와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4ㆍ15 총선 이후 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들과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에 서울 강남권의 상업ㆍ업무용 건물에 대한 투자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ㆍ조흥은행 등 은행의 PB팀과 샘스(SAM) 등 빌딩 정보업체의 컨설턴트들은 최근 한 달여 사이 50억~100억원 대의 강남권 빌딩을 찾는 투자자들의 잇다른 요구에 따라 우량 매물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은행 PB 고객들의 평균 자산(금융ㆍ부동산 포함)이 30억~50억원 선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빌딩 투자에 ‘올인’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김정렬 한국자산관리공사 부동산사업본부장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초점이 아파트 등의 주택 분야에 맞춰지자 다(多) 주택을 보유해 투기 혐의자로 몰리느니 빌딩을 매입한 뒤 되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겠다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현 신한은행 PB팀 주임도 “최근 한 달여 사이 접수된 고객들의 부동산 투자상담 의 100%가 빌딩에 관한 것들일 정도로 빌딩 매입에 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 빌딩도 묻지마 투자로 ‘호가 뻥튀기’ = 연면적 1,000~2,000평 규모의 중소형 빌딩에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물건에 비해 수요가 넘치면서 호가가 연초 대비 1.3~2배 가량 치솟았다는 게 신한은행 PB팀의 분석이다. 특히 우량 입지의 중소형 건물들은 인접한 대형건물 시세보다 평당 2배 가까이 부풀려진 값에 거래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일반인에게 팔린 교대역 인근의 도일빌딩(연면적 1,500여평)만 해도 평당 1,800만원에 팔렸다. 비슷한 시기에 매각된 대형건물인 대치동 세종증권빌딩(옛 하이닉스빌딩)이 평당 931만원에 삼성생명그룹으로 매각된 점을 감안하면 도일빌딩은 일반적인 시세보다 2배 가까운 값에 팔린 것이란 게 샘스 리서치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지훈 샘스 대리는 “멕쿼리처럼 임대수익을 노리고 국내 대형빌딩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사들은 평당 1,800만원씩 주고 빌딩을 매입할 경우 적정 임대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의 개인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값에 빌딩을 구입해도 강남권 땅값은 계속 오를 것이므로 3년 정도 보유한 뒤 팔면 된다는 식의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종합부동산세 도입ㆍ공실률 등 ‘암초’ 많다 = 하지만 이 같은 빌딩투자는 올 하반기 이후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빌딩 공실률 증가 등의 변수를 감안할 때 매우 위험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될 경우 주택이 아닌 빌딩 등의 보유 현황 등도 합산돼 누진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공실률 증가로 사무실 임대수익이 하락할 경우 무리하게 융자를 얻어 빌딩을 매입한 투자자는 금융비용도 건지지 못할 우려가 높다. 샘스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서울지역 공실률은 3.5%로 올 1ㆍ4분기(3.0%)와 지난해 4ㆍ4분기(2.4%)보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 역삼동 현일부동산의 이재현 사장은 “빈 사무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높은 값에 빌딩을 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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