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소비자 입맛대로…”/직업·소득·이용빈도 등 세분

◎업계,계층별 최적조건 적용「양에서 질로.」 그동안 경쟁사와 비교하여 「몇% 내린다」는 식으로 일관해 온 통신요금인하 경쟁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통신사업자들이 일정량을 낮춰 모든 가입자에게 같은 요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직업·소득·계층·이용빈도 등 다양하기 이를데 없는 소비자들의 갖가지 수요와 기대를 파고드는 요금상품 개발에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다. 통신시장에 사업자도 급증하고 서비스도 다양해지면서 요금경쟁도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는 추세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요금 인하 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했다. 시외전화의 경우 81년 12월 3분당 1천4백40원하던 것이 7차례에 걸친 인하 끝에 지난해 12월에는 무려 2백77원으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의 경우 96년 11월 10초당 32원(기본료 2만2천원)이던 이동전화요금을 28원(기본료 2만1천원)으로 인하한데 이어 지난 1일부터는 10초26원(기본료 1만8천원)으로 내렸다. SK텔레콤은 현재 가격인하가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제전화 신규사업자인 「008」 온세통신은 기존 6초단위의 요금체계를 1초 단위로 부과하겠다고 발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온세통신은 「통신요금, 사용한만큼 내세요」라는 카피를 통해 대대적으로 이를 홍보할 계획이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은 기존 요금체계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국제전화의 경우 6초단위로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13초를 사용하면 3도수의 요금을 내야 한다. 이용자들은 2도수보다 겨우 1초를 더 사용하고도 6초에 해당하는 요금을 낼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함이 있다. 특히 3분당 45원하는 시내전화의 경우엔 3분1초를 사용하고 90원을 내야 하는데 2분59초는 사용하지도 않고 요금을 내게 돼 있다. 온세는 초단위 요금제로 가입자들이 1.2∼1.4%의 요금인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김용진 요금기획팀장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늘어 회사전체의 수입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이 6초(국제전화), 10초(이동전화, 시티폰), 33초 혹은 47초(시외전화), 3분(시내전화) 등의 도수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요금부과의 편의성 때문이다. 그러나 온세통신이 초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면서 여타 업체들도 이 제도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신세기통신, 데이콤 등은 이미 가능성타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요금부과 시스템을 변경하는 문제때문에 전면 시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분야에서 질의 경쟁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양분하던 시장에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LG텔레콤 등 PCS(개인휴대통신) 3사가 뛰어들면서 이들은 제각기 「틈새 요금상품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를 위한 「프리미엄요금」, 반대로 사용량이 적은 이용자를 위한 「이코노미요금」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할인요금시간대 개발, 일정한 요금에 따라 항공권 등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서비스」 등은 질 추구의 결과물들이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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