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정부에 신(新)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미국 측에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박 본부장은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 등과 관련해 20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오늘 오전 어빙 윌리엄슨 신임 ITC 위원장을 예방해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나 우리 기업의 담합 및 영업비밀 누설 의혹 현안 등이 잘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ITC는 덤핑ㆍ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 행위를 조사하는 미국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 준사법 기관이다.
18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박 본부장은 앞서 워싱턴DC에서 열린 서비스산업연합회(CSI)의 글로벌 서비스 서밋(Global Services Summit) 회의에서 서비스 산업의 무역 자유화 방안 등을 협의했다. CSI는 정보·통신, 유통, 물류 분야 기업을 총망라해 회원으로 둔 미국 최대 서비스 산업 단체로 연례적으로 각국 통상 관련 장관이나 고위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박 본부장을 비롯해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마이크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보좌관, 캐나다·뉴질랜드 등 각국 통상 담당 장관 등이 나왔다.
박 본부장은 이와 별개로 커크 대표와 만나 시행 6개월을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하고 각종 위원회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이어서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FTA로 우리에게 유리한 품목의 수출은 많이 늘고 미국 측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여겨졌던 품목의 수입은 조금 늘어나는 비대칭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협의할 서비스투자위원회를 6월 초 구성한 데 이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마련 중인 보고서가 나오면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한 뒤 미국 측에 제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