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사람] "KPGA 신인왕전 후원, 할일 한거죠"

■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사장


“그냥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신인왕 전을 개최하기로 합의, 연간 약 1억원 이상을 후원하게 된 오리엔트 골프의 이갑종(57ㆍ사진)은 너무나 간단하게 신인왕전 후원 이유를 밝혔다. “골프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으니 골프계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자신이 세운 원칙에 부합하면 무슨 일이든 망설이지 않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일본 골프 브랜드인 ‘야마하’ 제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그는 “대리점도 마진이 있어야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원칙을 세워 가격 지키기를 고집했던 사람. 때문에 골프용품 출혈 경쟁으로 가격체계가 모두 무너져 내릴 때 시대 흐름에 뒤 처진다는 지적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원칙은 판매상과의 신뢰, 더 나아가 판매상을 통한 고객과의 신의로 이어져 사업 안정화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열심히 한다고 원하는 만큼 다 되는 것 같지도 않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면 결국은 목적지에 간다는 점에서 골프나 사업이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골프 사업을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철강관련 무역업을 하던 88년에 형님 친구가 갑자기 골프 브랜드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해 한 1년 동업한 뒤 독립했다”는 이 대표는 “미국과 일본 등에 텔렉스 보내고 물건 수입해서 잘 나가는 유통업체에 납품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돌이켜 보면 연습장을 개업하신 형님 덕분에 중학생이던 62년에 퍼시몬 드라이버를 한 번 휘둘러봤는데 인연이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고 하기도 했다. 야마하 골프를 만난 것은 지난 96년. 대기업에서 수입하다가 포기했던 야마하 브랜드는 그의 표현대로 ‘당시 최하위 브랜드’였다. “골프 브랜드 다양화가 추세였던 시절이었고 고가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었지만 경제위기 등 주변 여건은 쉽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래서 “골프 칠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골프용품업체 사장이 골프를 치지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본 거래처에서 한국에 와서 같이 골프를 치고 싶다고 해 한 보름 연습하고 필드에 가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 대표는 “그 후 모임에 나갈라치면 골프채 업체 사장이라고 다들 얼마나 잘 치나 보자 하는 눈들인데 내 볼은 산으로 숲으로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튀어 다녔다”며 웃었다. 워낙 공격적이고 파워풀한 스윙을 하는 터라 OB가 많이 났던 것.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 때는 돌아와 술로 스트레스를 풀었을 만큼 괴로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연습에 몰두한 것은 2005년부터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면서 내 골프를 안정시켜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여전히 골프는 미지의 세계지만 하나씩 풀어가는 맛이 있다”며 “80타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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