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승리 유력… '强달러 지속' 전망

부시승리 유력… '强달러 지속' 전망 달러강세 왜 계속되나 국제외환시장에서 정치혼란에도 오히려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정치혼란이 가중되면 불확실성을 꺼리는 외환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통화를 매도하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대선결과 확정을 둘러싸고 2주일 넘게 혼선을 빚고 있는 미국의 달러화 가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최근 각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클린턴 행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을 계승할 것이 확실시 되는데다 플로리다주 수개표 중간 집계 결과 시장개입을 극히 꺼리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유리한 입장에 선 것이 달러매수를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또 달러와 함께 세계 3대 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와 유럽 11개국의 유로화가 각각 국내 정치혼란과 경제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해 투자 메리트를 상실하고 있는 점도 최근의 달러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부시승리 관측 고조=플로리다주 재개표를 둘러싼 혼선에도 불구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플로리다주 일부 카운티의 수개표를 중간집계한 결과 부시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 18일부터 흘러나왔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환시장에선 달러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무부장관이 확실시 되는 로렌스 린제이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가 시장개입을 매우 꺼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달러 강세를 점치고 있다. 지난 9월 유로 부양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 및 일본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시장개입에 나선 민주당 정부와 달리 공화당은 강한 달러정책을 일관되게 밀어 부칠 것이 확실시 된다는 얘기다. 컨설팅 기업인 4캐스트사의 연구담당임원인 레이 아트릴은 "시장에선 수개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부시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강한 달러 정책이 예상되는데다 위험을 꺼리는 투자자본이 달러자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달러화 강세가 펀더멘털상의 변화에 따른 게 아닌 고유가, 아시아지역 투자자들의 안전지향 투자, 미국 단기금융상품의 고수익으로 일부 설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어 미국의 해외투자자금의 회수 가능성도 달러화 강세의 요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투자 메리트 잃어가는 각국 통화=유럽, 일본, 동남아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달러가치를 상승시켰다. 유로화는 유럽연합(EU)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최대경제권인 독일의 경기실사지수인 Ifo지수가 지난 10월 97.2를 기록, 전달에 비해 0.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이는 시장의 당초 전망치 97.6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유럽경제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CB의 거듭된 시장개입에도 상승탄력을 회복하지 못한 유로화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진 셈이다. 유로 약세로 유럽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호주와 남아공 통화는 사상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유탄을 맞았다. 호주달러는 22일 단위당 0.5070달러로 떨어지며 지난 10월에 세웠던 사상최저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남아공 란드화도 21일 달러당 7.7650란드로 외환거래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부결에도 불구, 일본의 정치불안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후지은행의 외환 매니저인 토드 반 네임은 "이번 투표결과가 모리 총리의 리더십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는 자민당이 구조개혁을 지속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여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총통 탄핵절차가 진행중인 필리핀과 타이완은 물론 타이와 인도네시아도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어 동남아 각국 통화도 당분간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와환전문가인 리사 핀스톰도 "당분간은 달러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견고한 움직임이 달러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정기자 입력시간 2000/11/22 19:34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