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적인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는 미 의회와 백악관이 연방정부의 셧다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지부진한 미 경기 회복세에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오래 끌 경우 '미국 경제를 아예 죽일 수 있다(현지시간 9월30일자 마켓워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건강보험개혁법안,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놓고 치킨게임을 거듭하고 있어 4주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보 등 핵심업무 외 공공서비스 마비=백악관은 1일 산하 기관에 셧다운 지침을 예정대로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290만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최대 120만명가량의 직원을 일시 해고해야 한다. 국가안보ㆍ국민보호 등 핵심업무를 제외한 일상업무는 거의 마비된다는 얘기다.
국립공원ㆍ박물관 등이 폐쇄되고 중소기업청(SBA)의 기업대출 및 보증 관련 업무, 연방주택청(FHA)의 대출보증 업무도 중단된다. 국세청(IRS) 직원 9만4,000여명 가운데 90%도 무급휴직에 들어가면서 온라인을 통하지 않는 징세와 환급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상무부 역시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반면 국방, 치안,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ㆍ수도 등 핵심업무는 유지된다. 또 연준이나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통화정책 및 금융감독기관의 업무는 정상 가동된다. 하지만 이들 핵심업무 가운데서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분야가 있다. 의회의 예산 승인이 필요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업무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각종 군사훈련이 줄줄이 취소되고 군인들 급료 지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월가 베팅과 반대로 장기화 우려=이처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은 미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가 등 금융시장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995년,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6일간 연방정부의 문을 닫았을 때와 달리 경기 회복세가 취약해 의회와 백악관의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경우 셧다운 사태의 책임론이 제기되며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더 크다. CNN방송이 전국 성인 803명을 조사해 9월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일부 기관이 폐쇄된다면 이는 공화당의 책임이라는 답변이 응답자의 46%에 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실제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611%로 마감하며 전날보다 오히려 0.015%포인트 하락했다. 연방정부 일시폐쇄에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나오는데도 오히려 국채 가격이 오른 것이다. 뉴구겐하임시큐리티스의 제이슨 로건 미 국채거래 책임자는 "채권시장이 셧다운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일 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도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민주ㆍ공화 양당이 오바마케어를 미국적 가치와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존 베이너 하원 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나 온건파가 극우보수 세력인 티파티에 밀려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민주당 역시 '정부 폐쇄를 막기 위해 일주일짜리 단기 예산안을 만들자'는 공화당의 제안을 거절하는 등 오바마케어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머리에 총을 맞으러 협상장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