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당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는 아니다. 1년 8개월짜리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도가 도입된 지난 1988년 이후 보수 여당 후보의 입성을 처음으로 허락한 전남 순천·곡성의 민심은 어땠을까. 7·30재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한 순천·곡성 유권자들의 마음에는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놀라움과 이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이 혼재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지난 2일 곡성터미널에서 만난 박모씨는 "야당도 싫고 그렇다고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수도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며 "새누리당은 이정현의 당선이 자신들의 승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선거결과는 (여야 승리 지역구가 )11대4가 아니라 이정현이 따로 이긴 10대4대1"이라며 "(오는 2016년 4월 총선까지)1년 8개월 동안 이정현에 대한 실험이 끝나면 평가가 다시 내려질 것"이라고 새누리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한 시민 역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세월호 사건 등 나라에 뒤숭숭한 일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자꾸만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정권의 모습이 지속된다면 제2의 이정현은 이곳에서 나올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당 지도부의 지원사격을 거부한 채 '나 홀로 자전거 선거운동'을 감행했다. 순천터미널에서 만난 박씨는 "이정현이 자전거 타면서 운동하는 게 오히려 더 야당 후보 같았다"며 "보면 볼수록 이 당선자가 새누리당 후보라는 사실을 잊게 됐다"고 설명했다.
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택시운전을 하는 김모씨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심판도 좋고 다 좋은데 우리도 잘 살게끔 만들어주고 난 후에나 같이 심판하자고 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열을 올렸다. 이어 "내가 그동안 민주당만 찍어봤는데 '우리 동네가 발전하려나' 하고 기대하며 찍어보기는 처음"이라면서 "예산 폭탄을 안겨준다는 이정현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순천터미널 근처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주인 내외는 "서갑원이가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쟤는 또 나왔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전라도라고 대충 아무나 내려보내지 말고 괜찮은 사람들로 선발해서 보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곡성군 군청 근처에서 만난 주부 정모씨는 "태어나서 서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내려오는 것을 처음 봤다"며 "이정현이 당선되니 서울에 있는 기자들도 많이 내려오고 곡성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TV를 통해 지켜본 새정치연합의 모습은 공천 때문에 싸우고 난리 치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며 "서울과 광주 공천문제가 곡성 민심에 영향을 안 줄 것 같지만 우리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 역시 가감 없이 드러냈다. 순천터미널 앞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이정현이 새누리당이지만 청와대에서 일도 해봐서 힘이 있다고 하는데 순천 발전시켜준다고 약속했으니깐 믿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새누리당도 호남지역에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내려보내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