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실천하는 반성'을 요구한 것은 기본적으로 간 총리의 담화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간 총리의 담화에 '식민지 지배 무효' 등의 내용이 빠져 있는 등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 보다 구체적이고 진정된 일본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간 총리의 담화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미래지향적 한ㆍ일관계에 '방점'= 이날 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양국간 현안이나 협력 방안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지혜롭게 협력해 가자"고 말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한ㆍ일 관계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간 총리도 "(한ㆍ일간) 긴밀한 관계를 위해 이 대통령이 그 전에라도 일본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양국은 즉각 이 대통령의 방일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간 총리의 이날 담화를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희정 대변인은 "일본 총리의 담화가 그 동안 내용이 주로 동북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을 특정해서 설명한 것이라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면서 "또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민의 뜻에 반한 것을 적시한 것도 이전에 나왔던 일본의 담화에 비해 진일보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 '진정성 미흡' 지적도=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긍정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본 총리의 담화에서는 '진정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선왕조 유물에 대한 반환을 언급하면서도 반환시기와 대상 등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점이 진정성이 담긴 실천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 역시 간 총리의 담화를 진일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국언 사무국장은 "일본이 한일병합 100년이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의미를 간과한 담화"라며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담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사죄 담화문은 15일이나 병합조약 체결일인 22일 등 역사적인 날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에 앞서 담화문 내놓은 것은 종전기념일인 15일을 한국을 배제한 자신들만의 행사로 만들고 국치일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 정치권의 평가'양분'= 담화문 발표 이전부터 진통을 거듭했던 일본 정치권은 발표 후에도 또다시 양분되는 모습을 모였다. 특히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겐바 고이치로 민주당 정조회장 겸 행정쇄신담당상은 "여당인 민주당 내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이른 단계에서 당측과 보다 상세한 협의가 있어야 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담화에 적극적이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라구치 가즈히로 총무상은 "국제법상 새로운 의무를 일본에 지우는 내용은 없다"면서도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는 "역사적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며 "다양한 개별 보상 문제가 비화될 것이 틀림없다"고 간 총리를 비난했다.
하지만 내각은 간 총리의 담화문 발표에 대해 재차 지지한다는 의견을 냈다.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은 "간 총리가 주도권을 잡고 이번 담화를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