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11월 10일] 미국의 자기 반성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지난주 미 중간선거는 미디어 전쟁이었다. 민주ㆍ공화 양당이 합쳐 4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이번 선거에 투입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선거광고에 쓰였다. 광고의 단골소재는 중국이었다. 상대편 후보가 중국에 유리한 입법활동을 펼쳤다는 게 대표적이다. 선거 막판에는 '정부의 낭비를 반대하는 CAGW'라는 시민단체가 제작한 광고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광고는 오는 2030년 중국의 한 대학 강의실을 배경으로 중국인 교수가 학생들에게 고대 그리스, 로마, 대영제국과 미국을 몰락으로 이끈 큰 실수는 '빚을 늘리는 것'이며 미국의 채권을 사들인 중국을 위해 미국인들이 일하게 됐다는 것을 강의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정치는 선거를 거치면서 '중국 포비아(phobia)'를 증폭시켰다. 중국을 환율조작, 위안화의 과도한 평가절하 상태를 지속함으로써 미국시장을 장악하고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 값싼 중국제품을 수입하는 것도 바로 미국이며 그로 인해 미국 역시 경제적 이득을 누렸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미국은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여 소폭이나마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는 중국과 신흥국들이 미국의 6,000억달러 규모 양적완화를 신흥국인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을 야기하는 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지적하며 공격에 나설 태세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제한을 앞세워 무역수지 흑자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주타깃은 중국이다. 미국으로서는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때 일본을 굴복시킨 것처럼 중국을 다루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일본과는 또 다른 체급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 내에서 '중국 때리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조금씩이나마 커지고 있다는 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가장 최근의 예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다. 홍콩을 방문 중인 그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책임을 돌리기보다 이제 미국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권조차 없을 정도로 해외에 무지한 의원들이 의회에 너무 많다며 중국이 어디에 있는지, 중국의 실체도 모르는 의원들 때문에 미중 간 무역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타임 등의 잡지도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이미 공생관계로 중국을 때려봐야 글로벌 경제에 위험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경제는 과다한 체중을 견디지 못해 하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기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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