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주주총회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1월부터 3월 19일까지 자산운용사가 한국거래소에 등록한‘집합투자업자 등의 의결권 행사 공시’ 1,004건을 분석한 결과 총 4,089개 안건 중 97.8%에 달하는 3,999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단 15건에 불과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과 드림자산운용이 하나금융지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서 체결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한 것을 비롯해 외국계 운용사들이 사외 이사 선임을 반대한 건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들이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데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만한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운용사들이 아무리 큰 펀드를 가지고 있더라도 지분율이 높지 않아 안건의 찬반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운용사들도 모든 기업들의 안건을 분석할 여력이 없어 대부분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같은 정보제공기관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며 “우리도 안건분석 대행기관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의결권 포기를 의미하는 중립 의견도 57건이나 됐다. 이 중에는 삼성자산운용이 삼성 그룹 계열사에 대해 중립의견을 표명한 51건도 포함됐다. 삼성자산운용 고위 임원은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경우 중립의견을 내는 게 당사의 원칙”이라며 “어떤 한 쪽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2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에 대한 반대표는 전무했다. 삼성전자의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중립의견을 제시한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한 47개 운용사는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현대자동차의 안건에 대해서도 35개 운용사 모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