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4월29일 독일 베를린 외곽도시 할렌지. 540m 구간에 설치된 전선과 줄로 연결된 마차가 시내를 달렸다. 개발자 베르너 폰 지멘스는 자신의 발명품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엘렉트로모테(Elektromote).’ 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겼다. 그럴 만했다. 벤츠가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선보인 1888년보다 6년 앞서 세상에 나왔으니까. 엘렉트로모테는 전선에서 공급하는 전력으로 2.2kW짜리 전기모터 두 대를 돌려 움직였다. 독일 전기산업을 일으킨 주인공이며 지멘스사의 창업자인 지멘스는 운행 성공에 고무됐으나 곧 꿈을 접었다. 시범운행 기간인 6월 초까지 도입할 의향을 나타낸 도시가 없었던 탓이다. 지멘스의 착상이 현실화한 것은 1900년부터. 파리박람회에 버스 형태의 차량이 등장한 후 미국과 영국ㆍ독일ㆍ러시아에서 도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름도 바뀌어 ‘트롤리버스’로 불렸다. 트롤리버스는 버스형 시가전차로 진화했으나 2차 대전 이후 급속하게 사라졌다. 도심 교통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시가전차는 과연 평양에서나 볼 수 있는 저가의 구닥다리 운송수단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첨단 환경친화적 도심운송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버스와 시내형 기차(트램)의 장점을 혼합한데다 건설비용도 지하철의 10~30% 수준이어서 유럽 각국이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하와이는 간선교통망 전체를 시내형 전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월 말이면 시제차량이 나온다. 5년간 588억원이 투입된 민관공동 개발품인 한국형 트롤리버스의 이름은 ‘바이모달’. 새로 개발된 차량 소재는 세계적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 받아 유럽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기술혁신은 구식을 첨단으로 변화시키고 돈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