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비상] 철새 도래지 이동경로 따라 집중방역 선제대책 마련해야

■ 가창 오리도 감염 확인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서해안 철새 루트로 불리는 충남∼전북∼전남 지역의 철새도래지는 광범위한 지역에 펼쳐져 있어 인근 가금류 농가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발생지점을 중심으로 하는 포위망형 방역에서 벗어나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선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라북도는 20일 가창오리가 집단 폐사한 고창 동림저수지에 방역 소독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직원을 배치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도는 AI 추가발생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고창과 부안을 중심으로 해오던 기존의 포위망식 방역 대책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전라북도 축산과 관계자는 "이동통제초소와 거점소독장을 강화하고 가금류 사육농가의 임상예찰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AI로 판명된 고창과 부안에 인접해 있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금강하구도 관광객과 주민들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충남도는 서천군과 홍성군, 서산시에 공문을 보내 철새탐조관 폐쇄를 요청했다.

서해안 철새 루트의 중심에 있는 전남지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큰 강과 바다가 만나고 농경지가 많아 철새들의 월동지가 몰려 있는 금강하구, 영암호, 해남 고천암, 순천만 등지를 연결하는 서해안 루트는 매년 가창오리 등 20여종, 수백만마리의 철새들이 오르내리며 겨울을 보내는 곳이다.

더욱이 전남지역에는 닭과 오리 농가 1,000여곳 가운데 무려 80%가량이 이 서해안 철새 루트인 영암·나주·영광·장성 등지에 자리하고 있어 자칫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영암호와 고천암, 순천만 등 전남도 내 주요 철새도래지만 10곳에 이른다.

권두석 전라남도 축산정책과장은 "지난 2011년부터 꾸준하게 철새도래지의 예찰활동을 해왔고 고창 가창오리 폐사 이후 이를 더욱 강화했다"며 탐조객들에게 접근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부산시도 18일 을숙도 철새도래지 생태탐방로 출입을 차단한 데 이어 을숙도 에코센터 입구에 고정식 소독시설을 설치해 출입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울산시도 까마귀 5만3,000여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는 태화강·동천강·회야강·선바위 주변에서 실시하는 철새 분변검사를 월 2회에서 주 2회로 강화하기로 했다.

일단 정부와 지자체는 주요 철새도래지뿐 아니라 잠깐 거쳤다 간 곳까지 소독하고 북상하는 철새가 쉬었다가는 포인트까지도 예찰과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래지 인근에 있거나 철새들의 주요 비행경로에 들어 있는 축산농가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AI가 처음 발병한 고창 씨오리 농장 인근의 동림저수지에서 떼죽음을 한 오리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농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철새는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면서 분비물을 떨어뜨려 농장에 있는 닭과 오리를 전염시키기 때문에 쉽게 막기도 어렵다. 전남 영광의 닭 농장 대표는 "우리 축사 위로도 철새들이 날아다녔기 때문에 혹시 바이러스에 전염됐을까 불안하다"며 "철새가 날아다니는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제대로 된 방역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이 때문에 현재 AI 발생지점으로 중심으로 방역범위를 좁혀오는 포위망식 방역에서 벗어나 철새들의 도래지와 비행경로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방역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도의 방역대책 전문가는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확인한 이상 이동폭이 넓은 철새의 비행 습성을 감안해 방역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