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한 지 열흘 만인 13일 또다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룹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출국 사실을 미리 알았을 만큼 갑작스러웠고 보안도 철저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 앞서 경영권 장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 차례 고비를 넘어야 한다.
남은 변수들을 토대로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점쳐본다.
#변수 1. 승리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이다.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광윤사 33%, 우리사주 33%, 롯데홀딩스 임원이 운영하는 자회사 등이 31%로 나머지가 신동주·동빈 형제의 몫이다. 양측 모두 과반의 우호세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결국 결론은 표 대결로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2. 롯데홀딩스를 어느 쪽이 장악했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의 의중도 무시할 수는 없다. 롯데그룹이 지난 11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광윤사 지분의 99%는 신격호 총괄회장, 부인 하쓰코 여사, 신동주·동빈 형제 등 4명이 갖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하쓰코 여사의 의중에 따라 롯데홀딩스의 우리사주가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호지분의 3분의2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두 아들 중 한 편을 지지하더라도 효력이 인정될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하쓰코 여사는 이달 초 잠시 한국을 방문해 신격호 총괄회장 등과 만났으나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변수3. 신동주 전 부회장이 우호세력을 모으는 데 실패할 경우 긴 법정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L투자회사와 관련해 일본 법무성에 이의신청 성격의 새로운 변경등기 신청이 접수된 것이 신호탄으로도 여겨진다. 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첨부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에 문제를 제기해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구두로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하려 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이사회 소집 등의 절차를 거쳐 일본 롯데를 장악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