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출·통화정책 완화 경기부양으로 이어질지 의문

김중수 한은 총재

김중수(앞줄 왼쪽 세번째)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창립 6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직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언제 종료될지 막연하고 위기 종료의 조건조차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은 총재가 유럽발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2주년 기념사에서 "글로벌 경제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5년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김 총재는 "현실적인 문제는 위기 발생에 대한 정치적 대처능력이 신속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안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하기 쉬운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는 글로벌 지배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본질적 취약점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로존 체제가 현 상태로 유지되든지 아니면 어떠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유럽 국가의 의견수렴이 이뤄지기 전에는 전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신흥국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의 성장이 아시아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며 "선진경제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경제권의 성장에 따라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유발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리스ㆍ스페인 문제에는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 총재는 "정치적 결정에 수반되는 비용은 당연히 존재하겠으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불확실성은 과거보다 확률이 줄었다"면서 "스페인은 은행 부실이 어떤 형태로 급속히 진행됐는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으므로 정부와 금융 부문이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이 함양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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