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으로 순환출자규제 혹은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조합(Policy-Mix)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안이 확정될 경우 현대차ㆍSKㆍ삼성그룹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되며 이에 따라 재계 및 일부 정부부처의 반대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출총제 대안은 오는 10월 말까지 마련될 것”이라며 “그동안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돼왔던 것 중 재출자액 규제, 그룹별 출자총액규제 등 3가지는 논의 과정에서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총제 대안은 ▦순환출자규제 ▦사업지주회사제도 ▦중핵기업대상 출자총액제한제도 중 하나가 채택되거나 이들 제도간의 정책조합을 통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안의 중추는 순환출자규제=출총제 대안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순환출자규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도 “기업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출자구조에 대한 개선만큼은 필요하다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라며 “순환출자규제 방안 도입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6차 TF 회의까지 끝낸 공정위도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공정위는 18일 7차 TF 회의에서는 순환출자규제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에 대한 재정경제부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15개 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수조원에 달한다. 또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만 9,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권오승 위원장은 이와 별도로 순환출자규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있다. ◇현대차ㆍSKㆍ삼성 타격=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입법화될 경우 환상형 순환출자를 지배구도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ㆍSK그룹ㆍ삼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규제안을 마련한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SK그룹ㆍ두산그룹ㆍ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상호출자를 피하기 위한 주식거래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를 핵심 출자구조로 삼고 있다. SK그룹도 SK㈜→SK텔레콤→SK C&C→SK㈜의 순환출자가 지배구도를 떠받치고 있다. 또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이 지배구도와 후계구도의 핵심이다. 삼성그룹에는 이를 포함해 모두 6개의 환상형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다. 결국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소급규제나 지분처분 명령은 지배구도의 근간을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입법까지는 난관 많아=출총제 대안이 순환출자규제 혹은 순환출자를 중추로 한 정책조합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입법까지는 난관이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TF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삼가고 있다”며 “정부부처간 논의에서 구체적인 방안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공정위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라며 “관계장관 회의,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순환출자 해소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순환출자 해소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은 과세형평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지도부 중 일부도 “출총제보다 더 규제가 강한 대안은 안된다”고 밝히고 있어 순환출자를 핵심으로 한 출총제 대안의 입법화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