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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에 위치한 한강센트럴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을 시작한 지 넉 달째를 맞은 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개장 초기를 연상하게 할 만큼 많은 방문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입장을 위해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를 했고 실내에서도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광복절 연휴의 여름 휴가철 막바지,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상담창구에서는 계약조건과 중도금 이자납부 방식 등을 묻는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산에 사는 박모(54)씨는 "아들의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집값이 오를 조짐이 보여 이참에 집을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방문하게 됐다"며 "깨끗하고 살기 편한 새 아파트인데다 미분양 아파트라 각종 혜택이 많아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휴가철이 무색할 만큼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구매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동·호수 지정이 가능한 미분양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남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분양소장은 "보통 여름 비수기에 예상하는 실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며 "2·26 임대소득 과세 방침과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됐던 시장 분위기가 다시 회복되면서 미분양 아파트까지 혜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회복 기대감과 각종 혜택에 미분양 판매 불티=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휴가철 비수기임에도 미분양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새 아파트 선호 현상, 미분양 혜택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장 회복세가 기존 주택시장과 신규 분양시장을 넘어 미분양 아파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이 줄어들면서 전략적인 이유로 미분양 아파트에 주어지는 혜택을 활용해 새 아파트를 장만하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할 때 제공하는 계약금 분납과 중도금 전액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의 혜택을 적용 받아 구매비용을 줄이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 비해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커지고 있는 점도 수요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알짜배기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실거주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임대로 내놓으려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세가도 전세 세입자들이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세가율(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각각 64%, 67.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전세가율이 70~80%에 육박하는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는 만큼 재계약 때마다 수천만원씩 보증금을 올려주는 대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현동 R공인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재 전셋집의 계약 만료일과 아파트 입주시기를 맞추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을 받으려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미분양 소진 지속 전망 속 적체 우려도=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우세한 만큼 당분간 미분양 아파트도 호황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전문가 100여명 중 수도권 응답자의 78.1%가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15.6%, 하락을 예상한 응답자는 6.3%에 불과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로 집 구매 여력이 커진 만큼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분양 역시 기존시장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아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계약분이 소진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낼 경우 미분양 적체가 다시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공급량과 신규 주택수요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가나 상품경쟁력이 떨어지는 주택들을 선보일 경우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닥터아파트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건설사들은 연말까지 전국 88개 단지에서 총 8만6,957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8,339가구)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재개발·재건축 물량 역시 전국 66개 단지, 3만2,700여가구에 달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추석 이후부터 연말까지 소화하기에는 공급량이 너무 많아 보인다"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크게 줄지 않은 상황인데 악성 미분양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