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의 에너지시장에서는 에너지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국영 가스회사와 다국적 전력회사 수에즈간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발표돼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의 세계 최대 민영 전력회사 E.ON이 스페인의 전력회사 엔데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스페인 가스회사 가스내추럴(Gas Natural), 이탈리아 전력회사 에넬 등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주요 신문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수직통합형 에너지회사인 E.ON은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에 이어 세계 2위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으로 지난 2006년 포천지의 발표에 따르면 자산 총액 약 140조원, 매출액 약 63조원에 이르며 발전, 송배전, 판매 및 가스, 에너지 트레이딩 등 전력 및 가스산업에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세계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유럽시장에 도입되는 경쟁시장에서 시장 선점 및 경쟁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 왜 경쟁시장에서 에너지회사들은 몸집 불리기에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 전력산업 구조 개편 당시 경쟁시장 도입을 옹호하는 경제 이론은 소규모의 다수 시장참여자들이 경쟁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왜 유럽시장에서는 경쟁이 도입되면서 대규모의 에너지회사들이 출현하고 있는가. 에너지회사들이 인수합병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생산원가가 감소되고, 이는 다시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져 결국 기업의 규모나 범위의 증가에 기여하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려는 기업의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인수합병을 통해 보다 쉽게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데 있다. 대규모 인프라 설비투자가 필요한 에너지산업의 특성상 인수합병의 경우 신설법인 설립보다 소규모의 자본과 작
은 위험 부담으로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에너지회사가 영국의 배전ㆍ판매회사를 인수합병하게 되면 러시아의 에너지회사는 영국의 배전ㆍ판매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배전망과 고객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연일 국내 언론은 많은 기사를 다루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협정에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시장 개방은 제외됐지만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시장 개방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계속 추진될 한ㆍ중, 한ㆍ러 FTA나 아시아 국가와의 FTA가 성사된다면 우리 정부가 이들 국가에 대해 전력산업 분야의 수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에 대한 상호 전력산업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경우 아시아는 현재의 EU와 같이 하나의 시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의 전력이나 가스시장은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 외에도 아시아의 거대한 에너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거대 에너지회사들과 규모가 비슷한 회사들이 많다. 중국의 국가전망공사, 거대 에너지 기업인 러시아의 가즈프롬, 일본의 도쿄전력 등 세계적인 에너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국내 전력회사나 가스회사는 국내시장 및 해외시장에서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하다.
아시아권 국가들과 FTA를 통해 경쟁시장이 도입될 경우 국내에서의 경쟁보다는 아시아권에서 다른 국가들의 전력회사들과 경쟁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범세계적으로 대형화하고 있는 전력회사들의 추세를 고려할 때 국내 전력회사가 국내 전력시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해외시장에 진출해 대등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 회사들과 필적할 수 있는 규모나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