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기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론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흔들림 없는 당의 뒷받침을 공언하고나섰지만,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반발기류는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당 지도부는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통해 당내 반발 움직임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박병석(朴炳錫) 기획위원장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좀 더 진지하고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통해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소속 의원들의의견도 수렴하는 한편 의원과 중앙위원 연석회의 등을 통해서 연정논의를 가속화 할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연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쉽게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연정에 대한 당내 반발도나름대로 상당한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연정에 대한 당내 거부감의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먼저 대연정의 대상인 한나라당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이다. 당내 친노(親盧)성향 의원 가운데 일부도 정체성이 다른 한나라당과 함께 정권을 함께 운영할 수 없다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다. 국민참여연대 소속인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대통령의 심중과 가치지향은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한나라당에 연정을 품는 것은 어렵고, (대연정이)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참연은 전날 "대통령의 고뇌와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초선 의원도 "한나라당은 싸워서 분쇄해야 할 대상이지연정을 할 대상은 아니다"며 "대통령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이날 고문단회의에서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아닌지, 보수대연합이 아닌지, 정체성이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 있을 수 있다"며 "화이부동(和而不同)하자는 것이지 동이불화(同而不和)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문 의장은 또 제레미 레프킨의 `유로피언 드림'이라는 저서를 소개한 뒤 "좌파정권이나 우파정권이 단독으로 집권했을 때보다도 연정을 했을때 국민경제가 훨씬안정적으로 성장했다"며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연정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키는 데 또 다른 배경이 되는 것은 노 대통령의`독주'에 대한 불만이다. 취임초기부터 확고한 당정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당의 각종 요청에 귀를 막았으면서도, 정작 대통령 자신이 필요할 경우에는 당의 여론과는 무관하게 복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신중식(申仲植) 의원은 "겉으로는 평당원이고 당정분리를 외치면서도 역대 제왕적 총재 못잖은 권위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X파일이라는 건국이래 최대의 스캔들이 터진 와중에 이 무슨 폭탄발언이냐"고 따졌다. 신 의원은 "노 대통령은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고 우리당을 사당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를 겨냥,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중앙위원회와 의총을 긴급히소집하지 않고 `성은이 망극하더라'라고 하고 있는데서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고지적했다. 4.30 재.보선 참패 이후 서둘러 봉합됐던 당청(黨靑) 갈등이 재연될 조짐까지감지되는 분위기다. 만약 당청갈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다면 우리당은 상당한 진통을 겪게될 전망이다. 예전과는 달리 당내에서도 노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 대해 암묵적으로동조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