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은 공통분모가 뚜렷하다. 그간 한자(漢字) 문화권에 함께 섞여 오랜 세월을 교류하며 지낸 이웃이다. 각국의 고군분투도 놀랍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전락했지만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노력으로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개혁·개방 대전환에 성공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G2로 성장한 중국, 일본의 압제와 동족상잔의 아픔을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등 3국의 여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이처럼 한·중·일 3국의 공통분모, 각자 나름의 저력 등을 한 데 모으면 세계 무대에서 적극적인 주역으로 성장하기에 좋을 조건을 갖췄음에도 아직 진정한'통합'의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난 100년을 지나오며 서로 주고 받은 침탈과 저항의 상처가 너무 깊다. 과거사 문제와 영토 분쟁 등 정서적이며 뿌리 깊은 현안이 3국을 둘러싸고 있다. 통합을 꿈꾸지만 실타래를 풀어야 할 갈등의 요소가 여전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각자의 길을 걷기에는 세계 무대가 훨씬 치열하다. 독자 생존 전략보다 동북아 3국이 한 데 힘을 모았을 때의 잠재적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동북아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사단법인 한중경제협회 회장이자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시대의 화두라 할 수 있는 한·중·일 동북아 3국의'통합의 청사진'을 펼쳐 보인다. 저자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동북아공동체 건설'이다. 구체적으로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3국의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역사 공동 위원회'와 같은 합동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 한·중·일 3국이 자국 중심의 편협한 민족주의 사관을 뛰어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를 공동의 역사인식 범주로 설정함으로써 지역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역사 공동 위원회'는 민간 차원에서 조직해 운영하고 한·중·일 각국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협력을 펼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아울러"역사 공동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는 한국에 주도적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동아시아 역사관을 정립함에 있어 한국은 중국,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들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역사적으로 한국은 한 번도 주변국에 위협을 가하거나 패권을 추구한 적이 없고, 상호 패권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은 한국처럼 중간자 입장에서 역사인식의 공유문제에 대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이는 동북아 3국 중 한국만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나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풀이한다. 2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