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등 과감히 매각/2년간 현금조성 1조1,400억/경영수지 개선 올 흑자 2,000억『두산그룹의 대대적인 계열사정리와 부동산매각 등 구조조정은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관련정책의 참고서가 됐다.』
『두산그룹의 파격적인 사업구조조정은 재계의 구조조정 방향에 모범답안이 되고 있다.』
두산그룹(회장 박용오)이 지난 2년간 추진해온 성공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평가다.
지난 95년 11월 그룹창업 1백주년을 맞아 착수한 두산의 과감하고도 뼈를 깎는 듯한 구조조정은 최악의 금융·외환위기 속에서 필사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만 두산그룹기조실장은 이와 관련, 지난 28일 춘천두산리조트에서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 등 간부 및 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두산 구조조정사례 발표회」를 열어 금융위기 속 기업들의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 관심을 모았다.
두산은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총 1조1천4백16억원의 현금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자산매각 3천7백51억원 ▲사업철수 5천3백70억원 ▲주식매각 2천2백95억원 등이다.
박기조실장은 『핵심사업 외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팔고 계열사를 통폐합해 현금유동성을 높이고 흑자구조로 전환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경영지표도 급속히 개선됐다. 매출은 95년 3조9천8백91억원에서 96년 4조7백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올해는 6.43% 늘어난 4조3천3백19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익은 95년 1천4백99억원, 지난해 8백14억원의 연속적자에서 올해는 2천46억원의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그룹은 예상. 현금흐름(Cash Flow)은 95년 9천77억원, 96년 5천9백9억원이 부족했으나 올해는 5천1백30억원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두산이 짧은 기간 중 구조조정에 성공한 것은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과감한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그룹은 4가지 원칙으로 구조조정을 전개했다. 첫째, 현금확보에 역점을 두고 현금이 생기는 것이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코카콜라 음료수사업부문과 수익성이 있는 코탁, 3M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둘째, 가업으로 내려온 사업이나 수익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매각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그룹발상지인 영등포공장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라는 것」을 중시했다. 별볼일 없는 사업은 다른 기업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매입자의 「입맛」을 당길 수 있는 「쓸 만한 물건」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마지막으로, 임직원에게 「구조 조정의 콤플렉스로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부동산과 자산매각시 주위에서 『얼마나 어려우면 그러냐』고 걱정하는 지적에 최고경영자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느꼈다고 술회.
두산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매출드라이브나 외형성장정책을 포기하고 수익중시 경영을 위해 투하자산회전율(ROIC) 등 신지표를 도입한 점. 모든 구조조정의 중심을 매출보다는 현금확보에 두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그룹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이 변화의 고통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위기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구조조정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도 힘든 과제였다. 기업들의 관행인 성장중시 경영풍토를 현금흐름 확보로 전환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산이 구조조정의 스타트를 끊으면서 연착륙에 성공한 것은 다른 그룹보다 한발짝 앞서 이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박기조실장은 『타이밍과 운이 좋았다』고 술회했다.
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지원을 계기로 구조조정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팔물건」을 내놓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은 현재와 같은 경영위기가 몰려오기 전에 구조조정에 나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매출과 순익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것. 다른 부도기업들이 최악의 경영위기시점에서 뒤늦게 구조조정에 나섰다가 회생하지 못하고 쓰러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경영에서 타이밍과 최고경영자의 신속하고 과감한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