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손동영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한국정부와의 4·4분기 정책협의에서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휴버트 나이스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7일 미국 워싱턴 IMF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정부와 벌일 4·4분기 정책협의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방안 금융 구조조정을 완전히 마무리짓는 일정 경기회복을 위한 거시정책 등 세가지 의제를 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정부가 이달부터 구조개혁의 무게중심을 기업쪽으로 옮겨 실은 만큼 기업 구조조정의 수준과 속도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 국장은 또 『대기업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은 기업 구조조정의 한 부분』이라며 『어디까지나 민간부문의 문제지만 여기에 충고와 조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IMF측이 대기업간 빅딜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부채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부채구조를 조정하기 어렵고 막상 조정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길고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밝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경제가 내년부터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임은 확실하며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경우에는 유휴설비가 많고 주요 국제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단언, 돈을 풀어 실물경제 기반의 붕괴를 막고 경기를 살리겠다는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나이스 국장은 한국 내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하향 조정하기 위해 재협상을 추진한다는 소식과 관련, 『국제금융계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외환위기 초기에 고금리와 긴축정책을 추진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이처럼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줄 몰랐다』고 밝혀 IMF의 정책오류를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