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75ㆍ사진)이 한국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 및 투자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이외의 기업에는 좀처럼 투자하지 않는데다 ‘영원히 보유할 주식’을 고집하는 등 종목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가 한국 주식을 샀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채원 한국투자증권 상무 등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이들이 절대 저평가주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 가치투자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상황에서 버핏의 한국 투자는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통한다’에 쐐기를 박는 셈이다.
◇버핏, 한국에 1,300억원 투자=버핏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개인계좌를 통해 한국 20개 기업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액이 작아 그의 투자보험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씨티그룹이 일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분석보고서를 참고해 종목을 선택했으며 이중 일부는 주가가 많이 올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투자 배수가 아주 낮으면서도 실적전망이 좋은 기업이 있으며 잉여현금이 아주 많은 기업들도 종종 있다”면서 “여전히 이들 주식은 싸다”고 말했다.
◇투자대상 확대 차원(?)=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투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그가 불과 몇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에서 새로운 투자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지난해 버핏은 “한국 주식이 상당히 싸보이지만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하기에는 시가총액이 너무 작다”면서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운용자금은 2,000억달러(260조원)에 달한다. 이번 한국 투자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것이 아니라 버핏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가 한국에 투자했고 또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대표적 가치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이 상무는 “버핏은 미국 등 선진증시에서의 가치투자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투자범위를 이머징마켓으로 확대하기 위해 일단 개인적으로 먼저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M 단순한 기업 샀을 것”=버핏은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자신이 비즈니스모델(BM)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기업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코카콜라나 질레트와 같은 종목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음식료, 유통 관련 주식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또 과거 10~20년간의 실적을 보고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지녀 미래 이익전망이 가능한 기업들을 꼽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워런 버핏의 실전주식투자’를 번역하는 등 한국형 가치투자 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버핏은 한국 실정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과거 십수년의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 가운데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BM을 지닌 기업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이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는 농심ㆍ퍼시스ㆍ태평양ㆍ신세계ㆍ하이트ㆍ코리안리ㆍKCCㆍKT&G 등을 꼽았다.
이 상무도 “소비자 기호에 맞고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종목에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