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지금 '여우와 전쟁 중'

■ 런던 일대 여우 수 1만 마리 넘어서며 곳곳에서 말썽

오랜 여우사냥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런던 일대에서 때아닌 여우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 일대에 살고 있는 여우의 수가 1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교외 주거지역은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 근처까지 출몰하는 등 다람쥐나 비둘기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 됐다는 것. 잡식성인 여우는 역한 냄새를 풍기며 정원을 망가뜨리거나 텔레비전 케이블을 끊어 놓는가 하면 심야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등 불청객 같은 존재. 시민들은 건물 주변에 덫을 설치하거나 울타리를 높이고 가정용 물대포를 준비하는 등 불청객인 여우를 쫓아내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피해가 끊이지않고 있다. 런던 남쪽 교외 주거지역인 벌햄에 살고 있는 질리언 앨먼(61)은 담을 높이 고여우 퇴치제를 뿌려 놓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와 창문을 통해 노려보기까지 한다면서 "여우는 조그만 악마 같은 존재"라고 질색했다. 로버트 해리스는 2천달러를 들여 담을 높였지만 여우가 담 밑으로 굴을 파고 들어와 정원을 파헤치고 텔레비전 케이블을 끊어 놓았다면서 "정말 성가시고 불쾌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런던을 둘러싸고 있는 숲이 여우의 서식처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 먹이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도시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 여우의 도심 출몰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적으로 여우 퇴치의 책임은 각 지역 행정기관인 보로가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강한 동물애호사상으로 인해 쓰레기 단속을 잘하고 담을 높이라고 권고할 뿐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 2004년에 만들어진 여우 사냥 금지법의 내용을 개정해 여우사냥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냥지지단체의 무효소송까지 기각된 상태여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우세하다고 저널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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