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습니다"

거명 고위법관들 말 아껴…일부는 "매도" 불쾌감도

“할 말이 없습니다.”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 보고서에 거론된 대부분의 현직 고위 법관들은 말을 아꼈다. 오세빈 대전고법원장은 공보 판사를 통해 “일절 언급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권남혁 부산고법원장은 비서실을 통해 “개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손기식 사법연수원장 역시 공보 담당자를 통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전했고 이호원 서울가정법원장도 공보 판사를 통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양승태ㆍ김황식ㆍ박일환ㆍ이홍훈 등 대법관 4명은 개인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집무실을 나갔다”고 비서관이 전했다. 하지만 시대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실정법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었던 판사들을 매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진기 대구고법원장은 “현직 고위 법관들 가운데 판결에 참가했던 판사들은 당시 나이도 젊고 배석 판사였기 때문에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었다”며 “배석으로 참가했다는 이유로 이 분들의 거취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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