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위기 치닫는 우크라이나] 경제도 휘청 … 기준금리 3%P 기습 인상

흐리브냐화 올들어 35% 폭락… 외환보유액 9년만에 최저
자금줄 막힌 러, 중국에 구애… 올 GDP 성장률 0%대 우려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내전 위기까지 치달으면서 관련국들의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급등하는 환율을 잡기 위해 기습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러시아 기업들은 서구권의 돈줄이 막히는 바람에 중국 자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14일(현지시간) 저녁 늦게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6.5%였던 기준금리를 9.5%로 '기습' 인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금리인상은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이며 이날의 인상폭(3%포인트)은 1998년의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터진 이후 최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흐리브냐(우크라이나 통화) 가치 급락 및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실제 흐리브냐 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35% 폭락해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169개 통화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통화당국의 긴급조치에 대해 블룸버그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의 내부 사정보다 그들의 외채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 2월 현재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151억달러로 9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만도 130억달러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 등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사실상 식물 상태에 놓인 우크라이나 경제는 언제 디폴트가 선언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같은 경제악화 및 내전상황을 우려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3월에만도 은행 계좌에서 260억흐리브냐(약 2조1,000억원)를 빼내갔다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서구의 제재로 러시아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940억달러에 달했으나 올 들어 3월까지 벌써 50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고 이 때문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역시 올 들어 8% 이상 추락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경제제재 조치가 가시화된 후 서구권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낀 러시아 기업들이 중국의 위안화채권(딤섬본드)을 조달창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러시아의 OAO가스프롬이 딤섬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러시아 기업들도 위안화 차입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랄시브애셋매니지먼트는 내다봤다.

국제 원자재 시장도 출렁거리고 있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0.3% 오른 104.05 달러로 지난달 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해산브렌트유는 109.07 달러를 기록해 이날 하루에만도 1.7%나 뛰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값도 상승세를 보였다. 6월물 금은 지난주 종가보다 8.50달러(0.6%) 뛴 온스당 1,327.50달러로 지난달 21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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