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벌(學閥)이라고 조사되었다. 이는 최근 교육부 의뢰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미디어리서치에서 밝힌 것으로 응답자의 61%가 학벌을, 16%가 학력을 꼽았다. 또한 학벌주의로 인해 국민의 70.6%가 심리적 박탈감을, 57.4%가 열등감을 느낀다고 답하여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역대 정부가 수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사회에 팽배한 학벌주의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학벌주의가 지속되는 한 명문고교와 일류대학의 입학경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공교육이 내실화 되고 입시제도를 고쳐도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벌주의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는 관계 네트워크가 성공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굳게 믿는 것으로 인적자원의 배분ㆍ활용구조 왜곡과 사회계층구조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능력보다 간판을 우선하는 취업 및 고용, 학연에 따른 인사관행 등은 학벌주의를 배양하는 주 요인으로 능력중심 인사관리시스템 정착과 대학의 다양화ㆍ특성화를 통한 서열구조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국가와 개인의 부의 원천이 자본과 노동력, 원자재 등에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학벌과 경력은 아무 소용이 없는 새시대가 도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러한 것들이 맹위를 떨쳐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창의성, 성실성 등이 우대되고 평가 받는 사회가 경쟁력 있는 사회다. 미약하나마 학벌을 타파하자는 사회적 운동이 일어나고 WTO 체제하 냉혹한 국제경쟁에 있어서는 학벌이 생존과 성공의 필수 조건이 아님을 깨닫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학을 나왔건 안 나왔건, 일류대를 졸업했던 그렇지 못했던,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하는 사회, 서울대 졸업생에게 교문을 나서면서 서울대 출신임을 잊으라고 굳이 충고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대학졸업장에 만족하지 않고 평생학습을 통해 지적능력을 꾸준히 향상시켜 가는 사회가 진정 경쟁력 있는 사회이다.
<서범석 교육부 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