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어찬안(進御饌案)`은 궁중의 잔칫날에 왕과 그의 가족들에게 올려지는 상으로서 10여 차례의 상중 가장 먼저 올려지는 상이다.
피를 맑게 해주는 음식, 음양의 조화를 생각해 구성한 형형색색의 신비로운 맛과 모양의 요리 등 전국 각지의 희귀한 진상품을 선택해 최고의 솜씨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음식들이 준비되어 올려졌다. 궁중에서 음식은 주방상궁과 대령숙수라는 전문화된 요리사가 만들었다. 소위 수많은 정보들로 채워진 정보의 바다에서는 누가 최상의 재료를 선별하여 `진어찬안`을 준비할 것인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는 책에서 생명체에는 정보의 흐름이 있고 무생물에는 정보의 흐름이 없다고 역설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등의 무기물 장치. 그 속에 고여있는 정보만으로 정보사회라고 부를 수는 없다. 사회 구성원간의 정보의 생산∙이용∙전달과정이 활발히 일어날 때 비로소 정보사회도 생명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에 의한 정보력의 강화보다는 정보처리 도구인 컴퓨터와 통신 기술을 결합한, 소위 정보기술에 더 의존하고 있다.
정보화교육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보사회의 핵심인 정보의 활용 측면보다는 정보기기를 다루고 익히는 사용 교육이 중심이 되고 있다. 물론 컴퓨터로 대표되는 정보기기들은 일정수준 이상의 활용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산업사회에 생산물과는 구별된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국민정보화교육의 초점도 기초교육에 맞춰져 왔고 그 성과가 IT강국이라는 국내외의 평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배를 채울 수 있는 물고기가 필요하다. 일단 허기를 면했으면 그물과 배를 마련해 주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제 그 물고기로 식단을 짜고 상을 차리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나아가 어떤 물고기가 유용할 것인지 선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키워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보격차해소 사업은 소외계층과 일반인 사이의 정보접근에 대한 기회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중점을 두어왔으며 아직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정책이다.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진정한 정보격차는 해결되지 아니한다. 도리어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생기는 정보의 활용격차,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적 행위격차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식단으로 `진어찬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손연기(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