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지원'이든 '정리'든 경제부담 덜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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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가 말라가고 있다. 채권단이 서로 눈치보기를 보며 제몫찾기에 급급한 가운데 하이닉스의 경영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도 힘을 잃고 있다.
이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상마찰 및 대우사태에 대한 법원 판결의 파장으로 인해 정부가 앞장서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하루빨리 한 자리에 모여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명한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식의 논의는 안 되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 세계 반도체업계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살리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모두가 힘을 합쳐 확실히 살려야 한다.
신용평가사의 한 임원은 28일 "(하이닉스에 대한)현 지원방식으론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가 지난 6월 GDR 발행을 통해 1조6천억원(12억5천만달러)의 현금을 확보한지 3개월도 안돼 다시 유동성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이자지급 등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금을 고갈시키는 `캐시 번' 상태에 빠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자금고갈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채권단 등이 하이닉스의 미래 경쟁력까지 감안해 `과감한 지원'을 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정리하는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에 대한 결단을 미뤄 현상태가 지속될 경우 결국에는 채권단의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곧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는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통상압력을 가하는 것도 세계 빅5 가운데 하나가 먼저 쓰러지면 빨리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일본 도시바가 독일 인피니온과 메모리반도체 부분을 합병하려는 것도 같은 줄기다.
신용평가사 임원은 "출자전환, 유상증자 등의 방법외에 종합적인 안목에서 최소 1년 동안 필요한 투자자금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96년 당시의 한 시중은행장은 "96년 이후 1년 가까이 끌다가 환란을 초래한 기아사태를 떠올리라"며 "하이닉스에게도 남은 시간은 그리 많치 않다"고 충고했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