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돛을 달고] 소탐대실 경계

(주)서울PR대표 崔圭東사업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경비를 줄이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액세서리를 수입해 판매하는 D사. 카탈로그 제작 의뢰가 있어 만났다. 동네 사진관에서 20만원을 주고 촬영한 100여컷의 제품사진을 내밀었다. 사진 상태가 조악해 카탈로그를 만든다 해도 판매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카탈로그는 백 가지가 넘는 제품 종류를 하나로 담아낼 수 있는 「영업사원」이다. 사진의 질이 떨어지면 제품 자체의 품질이 떨어져 보인다. 판매점에서 주문할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사진 촬영비용을 조금 아끼려다 그동안 투자한 5,000만원마저 날릴 게 뻔해 보였다. 『지금 50만원을 더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지금까지 투자한 5,000만원을 버리시겠습니까?』이 말에 그도 생각을 바꿨다. 전문 작가에게 의뢰하는 대신 사진수를 10장으로 줄이는 대안을 제시했다. 액세서리를 여러 개씩 묶어 단체사진(?)을 찍은 후 제품에 번호를 붙이고 사진 밑에 설명을 달자고 한 것. 이렇게 만든 카탈로그는 현장에서 영업사원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피자 체인점인 A사. 야채나 밀가루를 공급하는 납품업체에 짜기로 소문난 곳이다. 최저가를 기준으로 납품업체를 선정하다보니 외식업의 성공 조건인 맛의 저하를 불러왔고, 고객 감소로 이어지고 말았다. 하이클래스 고객을 타켓으로 하는 Q호텔도 메뉴판, 홍보 팜플렛 제작이나 가구, 소품을 구입할 때 질을 무시하고 저렴한 업체만 찾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촌티나고 천박한 이미지가 굳어져 손님들이 발길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립 C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 컴퓨터 용품이나 각종 집기를 구입할 때는 물론 광고도 언제나「최저 견적」을 적용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라면 지출이 줄어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외경쟁력이 떨어져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고 수입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공산품을 살 때는 가장 싼 것을 고르는 게 마땅하지만, 매출과 직결되는 맛, 광고물, 서비스 등과 관계된 일이라면 가격과 동시에「퀼리티」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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