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후세인` 이라크 통치방안을 놓고 미 정부 내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좌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강경론에 맞서 미 정부 내 온건론을 지키기 위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이 대립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전후 이라크 임시정부 구성에 국제연합(UN)의 참여를 허용할 것인가의 여부와 망명중인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 뿐만 이라크 내 반체제 인사들도 참여 시킬 지의 문제다.
영국의 BBC방송에 따르면 라이스 보좌관은 “이라크는 특유한 사례이기 때문에 피와 생명을 희생한 국가들이 전후처리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UN의 전후 임시정부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유엔의 역할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라이스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임시정부가 미국의 주도로 구성된 이후에만 유엔이 이라크 전후 원조나 복구사업 등에 관여할 수 있게 될 것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파월 장관은 UN의 임시정부 구성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4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대표, 코피 아난 UN사무총장과 잇따른 접촉을 가진 후 “전후 이라크 통치와 관련해 유엔의 적합한 역할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의 시작단계에 있다”며 “UN은 이 모든 것에서 파트너가 될 것이며 UN과의 의견대립은 없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또 이라크 내 반체제 인사들의 임시정부 참여여부를 놓고도 갈등을 보이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민주주의 경험이 있는 이라크와 쿠르드족 망명인사들이 이라크 내부 인사들 보다 임정 참여 인사로 적합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망명인사들은 미ㆍ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에 직접적 기여를 한 반면 이라크 내 인사들의 기여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이라크 반체제 망명 인사들 뿐만 아니라 이라크 내부 인사들도 전후 임시정부 구성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후 이라크 민심 수습을 위해서 가능한 광범위한 인사들이 임시정부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파들에 둘러싸여 미 정부 내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파월 장관이 자신의 견해를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언론은 최근 파월 장관이 강경파들로부터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