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우리나라에서 `삼(3)`이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주변에서 흔히 보는 만세삼창이 그렇고, 회의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봉(棒) 삼타(三打)가 그렇고, 무슨 결판을 내려고 할 때 행해지는 통과 의례로서 삼세판이 그렇다. 그리고 삼삼오오, 삼일천하, 심지어는 좌삼삼 우삼삼까지 …. 그러나 그 중에서도 아마 우리 일상의 심성 행태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바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닌가 싶다. 그 많은 날들 중에 왜 하필 삼일이어야 하는가. 혹자는 `사흘을 두고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결정을 보았다`는 신중론을 펼치는 가 하면, `마음을 단단히 먹기는 했지만 사흘만 지나면 그 결심이 흐지부지 되고 만다`는 무력감을 나타내는 등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저마다 한 해 계획을 세우곤 한다. 건강을 위해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에서부터 기필코 승진을 하겠다는 사람, 매일 운동을 해 살을 빼겠다는 사람,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사람까지 그 내용 또한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계획이나 약속들도 나중에 보면 흐지부지 되거나 거의 실현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작심삼일`은 결국 긍정보다는 부정, 연속보다는 단절의 의미가 강한 것일 게다. 하긴 스스로 일등 국민이라 자부하는 미국인들도 80%정도가 신년에 세운 희망찬 설계를 연말까지 지속시키는데 실패하고, 23%는 일주일, 45% 가량은 한 달 안에 포기한다고 하니 그 어려움이란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작심(作心)`, 왜 하필 마음을 만들고 짓는다는 것인가. 있는 마음을 그냥 가지면 되는 것이고, 생긴 마음을 그냥 품으면 되는 것인데 작심을 해서 실천한다는 자체가 이미 스스로에게 벅참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작심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게 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감이 없어지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작심일일`을 주창해 보자. 지키지 못할 다짐이라면 삼일까지 갈 필요가 무엇 있겠는가. 하루 정도면 작심까지 할 정도로 단단히 마음을 먹을 수도 있지 않은가. 세계인이 모이는 유엔회의 사회자나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사회를 보는 사람이 치던 `봉 일타`를 봐도 그렇다. 외국인들은 단 한 번으로 끝내지 않던가. 그리고 올해는 제발 너무 큰 결심을 하지 말자. `고뇌에 찬 결단(?)`도 하지 말자. 평범하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간단하지만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와의 약속을 하자. 그것도 한 번에, 작심일일로…. <최재범(서울시 행정2부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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