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환사채시장 '먹구름'

헤지펀드·일반투자자 "돈 안된다" 이탈 국제금융시장에서 그간 꾸준하게 약진하던 전환사채(Convertible Bond)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세계 주식시장이 하락 일변도로 치닫는 등 그 변동성이 대폭 줄어들자 최근 전환사채의 주요 고객으로 등장했던 헤지펀드들이 재빨리 다른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 헤지펀드들은 변동성을 실물 주식 및 주식선택권(옵션)간의 재정거래(arbitrage)에 이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경제전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 직접금융시장의 4분의 1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한 전환사채 시장이 혹독한 시련기를 맞기 시작했다고 26일 전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전환사채 발행 규모는 699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0억달러나 떨어지면서 지난 4년간의 성장세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또 UBS워버그가 조사,발표한 올 상반기 전환사채의 수익율마저도 마이너스 3.9%로 나타났다. FT는 이처럼 전환사채 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헤지펀드 투자자금의 이탈이라고 지목했다. 헤지펀드들은 최근 3년간 재정거래를 이용하여 연 20%에 가까운 짭짤한 이득을 챙겼으나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감소해 이제 재정거래를 통한 이익 실현이 힘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환사채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사라져 헤지펀드가 전환사채를 투자 순위에서 끌어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헤지펀드가 전체 전환사채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5년전만 하더라도 10%선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절반을 넘어서 시장에 대한 충격은 더해 지고 있다. FT는 또 헤지펀드들이 타인자본으로 투자수익을 극대화시키는 이른바 '레버리지'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투자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일반 투자자들마저 전환사채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환사채 자체의 수익률은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데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선택권은 그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FT는 전환사채에 대한 단기 투자전망이 이처럼 불투명하지만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오코노는 이와 관련 "전환사채 시장이 분명 어려운 상황이지만, 발행 규모가 곧 다시 늘어나 주류 금융상품으로 위치를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것"라고 주장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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