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기자의 주말엔 무비무비] 봄이 오기 전에 봐야할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영화를 보는데 순서를 정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영화를 볼 경우에는 그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를 보고 ‘링컨’을 본다면 ‘링컨’이 너무나 차가운 영화라고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고’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중심 화두 ‘복수’를 타란티도 감독답게 매우 뜨겁고 강렬하게 연출했다.

배경은 미국 남북 전쟁 발발 2년 전. 흑인 노예였던 장고(제이미 폭스 분)가 현상금 사냥꾼이자 독일인 의사인 슐츠(크리스토프 왈츠)와 손잡고 팔려간 아내 브룸힐다(켈리 워싱턴)를 농장주인 무슈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 구해오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 간단한 줄거리에 담긴 흑인 노예들의 삶은 비참했다. 백인주인이 시키는 대로 싸움을 벌이다 죽고 사냥개에 물어 뜯기고 팔려가고 이야기로만 듣던 흑인 노예들의 삶이 타란티노 감독의 연출 기법으로 그려져 비참함을 배가한다. 인종이라는 분류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흑인노예들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타란티노식 연출법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영화 ‘링컨’은 링컨이 노예제 폐지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분투했던 그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그렸다. 영화에서 공화당인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위해 반대파인 민주당과 당내 보수파들을 매수하는 등 정치인으로서의 면모가 부각됐다. 노예제 폐지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닌 정치인 링컨에 방점이 찍힌 영화다. 따라서 노예제라는 단어가 주는 태생적 차별과 억압이 지배적 감정이라 한다면 스필버그의 ‘링컨’은 너무나 차가운 영화다. 노예제 폐지의 순간도 해방의 이미지로 그리기보다는 정치적 결과로 담담하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계절감을 즐기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이 두 영화 ‘장고’와 ‘링컨’을 봄에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 봄이 오기 전에 이 두 개의 진지한 영화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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