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준하 선생이 등산 중 추락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의견이 제시됐다.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을 조사해온 의문사위는 14일 그동안 제기된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홍익대 최형연 교수(기계시스템공학과)팀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의뢰, 추락과정을 재구성해본 결과 사체 발견장소에서 추락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장 선생의 사체는 가슴에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전체적으로도 찰과상과 좌상(피부 표면에는 손상을 받지 않고 피하 조직이나 근육에 입은 상처)이 없는 편이었고 육안으로 확인될 만한 골절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75년 장 선생 사체를 검안한 의사 조철구(전 국회의원)씨는 93년 작성한 ‘사체 검안소견’에서 오른쪽 머리 함몰을 제외한 머리ㆍ가슴의 외상, 늑골ㆍ팔다리 골절 등이 없다면서 머리의 다른 부분에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해부학적으로 오른쪽 머리 함몰이 추락으로 입기 힘든 상처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장 선생이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지형과 인체 모델을 실제에 가깝게 만든 후 12가지 자세로 추락시켜본 시뮬레이션 결과 대부분의 경우 가슴과 머리에서 찰과상과 좌상이 발견돼 실제 장 선생의 사체 상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의문사위는 “시뮬레이션 결과 장준하의 사망이 추락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정확한 사인은 유골 감정을 통해 더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