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걔, 동시접속이 겨우 2,000명이야?"온라인게임 동시접속자수가 5만명인지 3만명인지를 내세우며 히트 여부를 따지는 요즘 분위기에서는 도무지 명함 내밀기도 쑥스러운 게임들이 있다. 엄연히 매달 이용료를 받으며 유료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동시접속은 고작 1,000~3,000명 수준.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가 막 뜨던 시절 나왔던 게임들이니까 `풀 3D`로 화려하게 치장한 최신 게임들과는 비교 자체가 곤란하다.
그래도 개발사는 함부로 서비스를 중단할 수가 없다. 비록 수명이 다한 게임이라도 수년간 그 게임을 지켜온 게이머들에게 쉽게 등질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위즈게이트의 온라인게임 `다크세이버`(www.darksaver.com)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지난 1998년. 동생 격인 후속작 `네오다크세이버`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마니아 층만 놓고 본다면 형의 인기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디(ID)가 `세련된 남자`인 한 게이머는 다크세이버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이 게임에 접속하는 열혈 마니아다.
대충 계산해도 이 게임에 줄잡아 100만원 가까운 이용료를 투자한 셈이다. `세련된 남자`는 꾸준히 운영진에 e메일을 보내 업데이트를 요구하거나 건의사항을 올린다.
운영진을 감동시키는 이런 게이머들 덕에 다크세이버는 비슷한 처지의 `노장` 게임들과 달리 봄맞이 업그레이드 준비에 마음이 들떠 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워바이블`(www.warbible.co.kr) 역시 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굳건한 커뮤니티를 자랑하며 건재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대부`로 통하는 ID `바오로요한`은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31세의 남자. 게임 게시판에 `호르누 격투장에 바오로요한님 떴다`는 글이 뜨는 순간, 게임 속 바오로요한의 과학자 캐릭터에는 삽시간에 `팬`들이 몰려든다.
격투장에 들어섰지만 감히 `바오로요한`을 공격하기는 커녕 그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실랑이를 벌일 정도. 1998년 베타 서비스 시절부터 `매너 게임` 원칙을 지켜온 이 바른생활 사나이에게 어린 게이머들은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난 98년부터 `마지막 왕국`(www.lastkingdom.com)을 서비스해오고 있는 액토즈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오래된 게임에는 게이머들의 삶과 정이 녹아있다"며 "그들의 가족과도 같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한 노장 게임들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