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땅이름 체계연구「땅이름 국토사랑」펴내/지명유래 위주벗어나 도시계획좇아 기술현직 공무원이 한반도 땅이름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책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땅이름에 관한 책은 여러권 있으나 대부분 지명 유래에 그치거나 흥미 위주로 되어있을 뿐 도시계획이나 역사성에 비춰 기술된 책은 드물다.
강길부 청와대건설교통비서관(55)이 지은 「땅이름 국토사랑」은 흥미위주보다는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고 새로 짓는 땅이름은 도시계획차원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비서관은 『도시, 공단, 댐, 도로, 항만개발 등 국토개발의 논리에 밀려 본래의 땅이름이 사라지고 지명이 갖는 정신문화적 측면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명과 지도에 표기된 지명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은데 역사와 전통을 살릴 수 있는 고운 이름, 뜻 깊은 이름을 남겨 후손들에게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땅이름이 본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단순한 행정편의 위주로 붙여지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의 식민지 말살정책을 꼽았다. 일본은 창씨개명과 함께 민족정기를 뺏기위해 역사성이 깃든 지명을 왜곡하거나 일본식으로 바꿔 표기하는 창지개명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일제 흔적이 남아있는 땅이름을 고치지 않고 행정편의만을 고집,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지명에 깃든 본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비서관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국내외 지명연구와 지도제작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일본이 동해표기를 갖고 문제를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영토관리차원에서 지명연구가 이뤄지고 지도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고 덧붙였다.
강비서관은 건설교통부 도시국장, 주택국장, 중토위 상임위원을 거쳐 현재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비서관으로 재직중이다. 한때 국립지리원 조사과장으로 일할때 잘못 표기된 지명을 정리하다가 지난 80년초부터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유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