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최대 무역적자에 강경파 목소리 더높여
양국 모두 전면전 부담 극단적 충돌은 피할듯
뉴욕=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미ㆍ중 무역은 평등(equity)과 지속가능성(durability), 그리고 균형(balance) 모든 것을 결여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대중 통상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내건 이유다.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기업은 물론 의회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자 결국 미국 행정부가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회가 ‘항구적인 정상무역관계(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전면에 다시 나서고 있어 양국간 통상전쟁이 쉽게 봉합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어려운 싸움이어서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강수 왜 나왔나=미국의 대중국 전방위 압박은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인 7,257억달러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가 전년에 비해 무려 24% 늘어난 2,016억달러로 집계되자 대중 통상정책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중국과의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사용할 것”이라는 롭 포트먼 USTR 대표의 발언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다.
미국 의회는 더이상 행정부에 기댈 것 없이 자체적으로 중국에 대해 칼날을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 의회 강경파들은 중국에 대해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무역검사제’도입까지 거론하고 있다.
검찰은 범죄자를 기소할 수 있는데 ‘국제경찰’인 미국이 불공정 무역을 일삼는 국가에 대해 강하게 규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의회 강경파들은 위안화 환율 조작과 편법 복제, 미국 제품에 대한 수입장벽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을 경우 지난 2001년 이후 부여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원 재정위원회의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은 “핵심 포인트는 중국이 세계 무역의 최대 수혜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부과하는 어떤 법안도 이러한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ㆍ야후ㆍ구글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의 검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해당 기업과 중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한 것도 이번 대중 압박에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가 TF팀을 구성해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인권을 문제삼겠다고 한 것도 통상압력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다.
◇미ㆍ중 모두 부담 커… 극단적 충돌은 없을 듯=미국의 초강수에 대해 중국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날 중국의 추마오밍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회피한 채 “우리는 무역문제가 정치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는 양국 관계가 발전과 평등, 상호호혜의 원칙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국 관계가 극도의 경색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양국 무역관계의 심각한 훼손은 미국에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중국에는 경제 최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샤오촨 상무부 부부장이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중국은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나 “성숙한 파트너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는 포트먼의 발언도 극한 대립은 피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입력시간 : 2006/02/15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