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지는 일본기업 동남아행 가속 페달

영토분쟁 따른 외교 갈등에 상반기 대중국 투자 31%↓
태국 등 투자는 55%나 늘려


일본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문제와 함께 점점 심각해지는 중국 내 반일(反日)정서가 일본 기업의 중국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도요타ㆍ닌텐도 등에 정밀부품을 공급하는 '쇼와(Showa)'는 최근 자사의 첫 해외 공장 부지로 태국의 수도 방콕을 선택했다. 당초 거래 기업들이 많은 중국을 염두에 뒀었지만 마지막에 입장을 바꿨다. 히라노 가주마사 쇼와 사장은 "당신도 당신을 '혐오하는 곳 대신 '좋아하는 곳'에 가고 싶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본 무역진흥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의 대중국 투자는 49억3,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급감했다. 반면 같은 시기 동남아에 투자된 일본 자본은 102억9,000만달러로 55%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일본 기업의 탈중국 현상은 중국 내 임금상승에 기인한 측면이 일정 부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걸림돌은 계속된 영토분쟁에 따른 중국 내 반일감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확히 1년 전 일본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국유화 선언을 한 이래 더욱 악화되고 있는 양국 간 외교갈등으로 중국 내 일본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일본의 해외투자에서 소외되고 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1,220억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12% 늘었다. 더욱이 일본국제협력은행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일본 기업 중 84%가 3년 내 해외사업을 늘리겠다고 답해 일본의 글로벌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값싼 임금, 6억 인구의 소비시장,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 등이 일본 기업들을 동남아로 향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센카쿠 사태 당시 터진 반일시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최근 중국에서의 생산을 급격히 줄이고 동남아로 공장설비를 늘리고 있다. 혼다는 지난달부터 태국에 5억5,000만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도요타는 지난달 7월 인도네시아로의 신규 엔진공장 건설에 2억3,000만달러를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서 혼다와 도요타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올 상반기에만 각각 3.7%, 10.4% 줄었다.

일본 정부가 동남아 국가를 향해 광범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도 자본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본은 최근 자국 기업들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동남아 원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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