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삼성전자를 뺀 500개 주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0.4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5%, 14.9% 줄었다. 17개 업종 가운데 전기전자ㆍ의약품ㆍ의료정밀ㆍ섬유의복 등 4개만 순이익이 늘고 철강ㆍ유통ㆍ화학ㆍ음식료ㆍ통신ㆍ운수장비 등 나머지는 줄거나 적자가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업종에서 하반기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라고 한다. 외국인투자기들이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우리 기업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한국을 '신흥국 위기의 승자'라고 칭찬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까닭이다.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단단해진데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우리 증시가 일본 등에 밀려 찬밥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럽 경기가 개선되고 있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 했다. 따라서 우리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유럽의 침체 지속, 신흥국의 외환ㆍ금융 불안이 심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따라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우선 기업들은 더욱 분발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고 수익성을 높여가야 한다. 올 상반기 501개 주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의 1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전체 영업이익ㆍ순이익의 33%ㆍ41%나 점유하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손톱 밑 가시 뽑기 차원에서 벗어나 연구개발ㆍ설비투자 등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분위기를 쇄신할 성장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와 경제민주화 법안을 쏟아내며 기업의 의욕을 축내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위기의 승자'가 되기 위해 앙숙인 독일을 벤치마킹한 새 국가 모델을 추진하고 국민의료보험ㆍ연금 같은 핵심 정책 수술에 나섰다고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