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쓰이물산의 투자제안 내용이 우리측의 기대에 크게 못미쳐 석유화학 빅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일본 미쓰이물산은 20일 오후 서울에서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과 기준(奇浚) 통합법인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화학 통합법인 투자제안서 설명회를 가졌다.
미쓰이의 이번 투자제안서는 지난해 12월 국내 석유화학통합법인과 투자의향서(MOU)를 체결한 이후 첫 공식 제안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미쓰이는 통합법인의 자본금을 2조원으로 하고 이중 25%인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나머지는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26%로 최대 지분을 갖고 현대와 삼성은 각각 24.5%씩의 지분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쓰이물산은 통합법인의 자본금으로 채권단과 미쓰이가 각각 5,000억원씩 1조원, 현대와 삼성은 기존 자본금(현대 5,314억원·삼성 4,800억원) 만큼을 내도록 하는 안을 내놓았다.
현대와 삼성의 총부채 5조7,000억원은 출자전환으로 5,000억원,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1조2,000억원 등을 털어낼 경우 4조원 정도로 줄어들어 정부가 요구하는 부채비율 200% 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미쓰이의 구상이다.
미쓰이는 또 통합법인이 생산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일정분에 대한 구매권과 영업권도 요구했다.
미쓰이는 이같은 방안이 성사될 경우 일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5억달러 정도를 장기저리로 빌려 단기부채를 갚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미쓰이의 제안서는 한국측의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합의에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제안에 대해 삼성측은 이미 전문기관의 자산가치 평가를 받은 상태에서 미쓰이측이 자산가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규모의 자본금을 출자하겠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기존 유화업계들은 대산통합법인에 대해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허용될 경우 특혜라며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결국 유화빅딜 논의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당사자 중 하나인 삼성이 미쓰이측의 투자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빅딜 타결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25일 정·재계담회를 앞둔 전경련측이 성사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예상 밖의 전격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병호 기자BHM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