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방송이 보도자료인가
한동수 기자 bestg@sed.co.kr
지난 5월23일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KBS1라디오에 출연,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의 유효기간은 120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5월19일 체결한 본계약의 유효기간은 금융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사였다.
국민은행과 론스타는 비밀유지약정을 이유로 계약상의 주요사항에 대해 언급을 회피해왔다. 하지만 김 부원장의 방송 출연으로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소하게 된 것이다.
같은 달 26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MBC TV에 나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심사 요청이 접수됐다"고 알려줬고, 30일에는 강대형 공정위 부위원장이 KBS1라디오에 출연, '결합심사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공정위의 결합심사는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의 주요변수로서 금융권의 큰 관심사다. 취재진은 권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공정위와 금감원에 이와 관련한 문의를 여러 차례 했지만 그들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방송을 통해 그 내용을 알게 됐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부동산 버블 우려 등은 주요한 경제 현안이다. 당국자들이 민감한 경제현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당국자들의 방송 인터뷰가 국민의 오해를 유발시켜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김 부원장의 부동산 버블 발언이 그 예다. 그는 방송에서 "집값이 50% 떨어져도 은행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 발언이 전파를 타고 나간 후 일부 언론이 '부동산시장 끔찍한 재앙'이 온다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이에 금감원이 해명자료 내느라 쩔쩔매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론스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비밀유지약정에 의한 기밀 사항을 감독당국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적확하게 충족시켜줘야 한다. 최근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의 방송 활동에 대해 "언론에 나설 때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층들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6/05/31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