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바나나전쟁 확대일로

지난 주 시작된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바나나 전쟁이 양측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대미(對美) 유럽수출품에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데 이어 미국은 19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EU측으로부터 항복 판정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EU는 이에대해 미국이 우월한 힘을 이용해 WTO를 강압하고 있다며 WTO의 중재안을 즉각 거절했다. 사실 바나나 전쟁은 6년전 EU가 바나나를 수입하면서 아프리카, 일부 태평양국가산 제품에 대해 미국, 중남미산보다 특혜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WTO가 시정명령을 내려 EU가 수입 개선안을 내놨지만 최근 들어 미국이 차별대우가 여전하다며 WTO에 재차 제소한 것이다. 하지만 리언 브리튼 EU 무역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일방적인 무역제재를 가해, 자국에게 유리한 WTO 판결을 얻으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불공정한 WTO 절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내달 15일 보복관세 대상 EU 수출품목을 발표할 계획이다. 피터 셔 미 특별무역협상 대표는 『EU가 WTO 중재를 거절한다면 자신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EU가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내년 1월부터 유럽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남미에서 바나나를 생산, 수출하고 있는 미 다국적기업들은 EU의 차별조치로 적잖은 피해를 입어왔다. 특히 미국은 EU가 의도적으로 영국, 프랑스 등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지역에 특혜를 베풀자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허리케인 미치로 타격을 받은 바나나 생산국인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국가들의 경제난을 덜기 위해 EU의 차별조치는 철폐돼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이에대해 미국이 중미국가의 경제난을 이용, 미 다국적기업들의 이득을 챙기려는 속셈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자국의 압력을 행사, 서둘러 유리한 WTO 판결을 얻어내려 하고 있다는 게 EU의 시각이다. 따라서 바나나 전쟁은 본질을 떠나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쉽사리 해결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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