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눈건강 위협하는 황반변성 막으려면

선글라스로 자외선 피하고 항산화제·아연 섭취를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져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
사물 휘어져 보이면 병원 찾고 연 1회 안과 검진 받아야
신선한 과일·채소 많이 먹고 수면안대 착용 최대한 빛 차단

의료진이 한 직장인의 눈 상태를 검진하고 있다. 황반변성과 같은 안과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40세 이후의 경우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서울경제DB


"그동안 눈이 좋지 않아 한쪽 눈을 가리면 시야의 반이 뿌옇게 보였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황반변성증이라고 하네요."

최근 한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안과질환 중 하나인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반변성은 특히 40~50대에 발병률이 높고 심하면 실명까지 할 수 있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해 정밀한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쓸모없는 혈관들이 자라나거나 출혈이 생기면서 심한 시력 손상을 유발하는 병이다. 이 병은 특히 발병 초기 사물이 흐리게 보이거나 가까운 곳을 볼 때 사물이 약간 비틀려 보이는 것 외에는 뚜렷한 이상을 못 느끼다가 서서히 시력이 나빠져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게 된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광수용체와 세포가 죽는 '건성'과 황반 아래에서 새 혈관이 자라는 '습성'으로 나뉜다. 환자는 건성과 습성이 9대1의 비율이다.

문제는 습성 황반변성인데 이 질환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맥락막신생혈관'이 망막 가운데에 위치한 누르스름한 반점인 황반을 손상시켜 시력이 저하되면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건성의 경우 시력 저하가 천천히 진행되고 실명할 위험도 낮은 편이다.

한국망막학회가 김안과병원·고려대병원·건양대병원·가천의대길병원·충남대병원·이대목동병원 등 서울·경기·충청 지역의 주요 병원 환자 차트를 분석한 결과 2005년과 2010년 습성황반변성으로 광역학치료·항체주사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985명 중 약 16%인 157명이 시력 0.02 이하인 법적 실명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환자가 병원을 늦게 찾아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였다. 이 때문에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증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안과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황반변성 발병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노년기에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황반변성증이 최근에는 40~50대 사이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망막학회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강남성심병원·경희대병원·삼성서울병원의 내원 환자 차트를 분석한 결과 황반변성 환자 수는 2000년 64명에서 2009년 475명으로 7.4배나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40~50대 환자의 경우 21명에서 187명으로 9배 급증했다. 황반변성의 발병 원인도 노화 현상 외에는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노화를 촉진하는 서구식 식생활과 고도근시, 과다한 자외선 노출, 흡연 등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한재룡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고지방·고열량의 서구식 식습관에 따라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비만 지수가 높아지고 있고 직장에서 컴퓨터를 장기간 사용함으로 인해 '고도 근시'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40~50대 황반변성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공을 키워 안저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검사 결과 황반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형광안저촬영, 안구광학 단층촬영 등 좀 더 자세한 검사를 시행해 병변의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비교적 간단하게 암슬러 격자와 같은 도구로 스스로 검사해 보는 방법도 있다. 한 눈을 가리고 격자의 중앙에 위치한 점을 보았을 때 격자무늬가 휘어지거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 보고 가까운 안과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책이나 텔레비전을 볼 때 얼굴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욕실의 타일이나 자동차, 건물 등의 선이 굽어 보인다. 즉 시각이 뒤틀려 사물이 정상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고 직선이 굽어 보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등 눈에 이상이 감지될 때는 반드시 가까운 망막전문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건성 황반변성에 대해서는 항산화제와 비타민·아연 등이 어느 정도 진행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에 대한 항체를 안구 속에 주사하는 방법이 이용된다. 그 외에도 약물치료, 레이저를 이용한 광역학요법, 레이저 광응고술 등이 이용된다.

황반변성은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의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엄부섭 정근안과병원 망막센터 원장은 "대부분의 망막질환 환자들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40세 이후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눈 검진을 받고 특히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더욱 세심하게 검사를 받아야 망막질환에 따른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근거리 작업을 줄이고 금연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의 섭취를 늘리며 외출시 가급적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 노출을 피해야 한다.

잠을 잘 때나 낮에 쉴 때도 가급적 안대를 착용해 최대한 빛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한 눈씩 가리고 보이는 것에 변화가 없는지를 살피며 시야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바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항산화제를 섭취하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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