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평시엔 참모기능만 운용 "무늬만 연합"… 미군은 평택 주둔, 전시 즉각 반격 의문

한미연합사단 내년 편성

미국 육군 스트라이커 장갑차 부대.

"2개 국가가 연합사단을 만든 세계 최초의 사례, 한미동맹 굳건함 과시." 내년에 편성될 한미연합사단의 의미에 대한 국방부 관계자의 자기 평가다. 과연 그럴까. 온전한 연합사단으로 보기 어렵다. 국방부의 4일 발표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단은 평시에는 한미연합참모부 형태로만 운용되다 전시에 여단급 한국군 기계화부대가 미 2사단에 배속되는 방법으로 편성된다. 지금의 한미연합사령부 체제와 큰 차이가 없다. 중령 이상, 영관급 이상 장교들이 파견되는 연합사와 달리 한미연합사단에는 위관급 장교도 파견돼 중대단위 합동 전술까지 모색하는 정도가 차이일 뿐이다.

'세계 최초'라는 의미 부여도 억지다. 정확하게는 지난 1992년 한미연합야전군 사령부와 한미 1군단 해체 이후 22년 만에 재편성된 연합부대에 해당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옹색하다. 세계 1·2차대전에서 원수로 싸웠던 독일과 프랑스가 1989년 10월 창설한 독불여단(Franco-German Brigade)은 사령관도 번갈아 맡고 소화기부터 장갑차까지 사용법과 전시운용을 공유하는 명실상부한 연합부대다. 병력 5,980명의 비율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독불여단은 초기의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1993년에는 유럽 9개국이 참여해 참모부만 1,000명에 달하는 유로군단(Eurocorps) 창설로 이어졌다.

반면 한미연합사단은 무늬만 연합사단이다. 우선 사단장은 미국 2사단장(겸임)의 몫으로 정해졌다. 전시에 한국군 1개 기계화보병 여단이 미 2사단에 배속되는 구조이나 이는 현재의 한미동맹하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연합사단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감군으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미군은 전시 완편 체제가 필요하다. 한국군이 '땜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군 입장에서는 오는 2016년 모든 부대의 평택 이전이 예정돼 있는 미군을 한강 이북에 붙잡아둘 필요성이 절실했다.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군의 계산은 엇나갔다. 의정부와 동두천 지역의 반발로 미 2사단 병력 전체의 평택 이동이 확정된 탓이다. 한미방위조약이 살아 있어도 직접 공격을 받지 않는 한 미군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독자적으로 전쟁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연합사단이 공격 받는 즉시 편성과 반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사시 기습공격을 받은 한국군 기계화보병 여단이 미 2사단에 배속될 때까지 온전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국 육군의 인력운용도 더욱 어려워지게 생겼다. 올 3월 확정된 '국방개혁 2020'에 따라 2022년까지 11만1,000명을 감축해야 하는 처지에 많지 않은 기계화보병여단 하나가 통째로 미군에 배속돼야 하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군이 원했던 인계철선 기능은 얻지 못한 채 미군의 부족한 병력만 채워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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