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천억원대 부실대출을 일으켜 은행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과 계열은행 경영진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강남일 부장검사)는 부실대출로 인한 4,000억원대 배임과 100억원대 횡령, 1,000억원대 대주주 신용공여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김모 전 현대스위스3저축은행장은 1,0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이모 전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이사는 대출 관련 금품 8,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김 전 회장과 함께 구속 기소됐다. 이밖에 계열은행 전 경영진 5명도 줄줄이 불구속으로 재판대에 서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받고 있는 대주주 신용공여, 배임 등 혐의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저축은행 회장이나 대주주가 받았던 것들과 판박이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 가능성이 낮아 담보가치가 없는 서울 노원구 일대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매출액은 없고 빚만 있는 회사에도 대출을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는 4,480억원에 달한다.
또 김 전 회장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2월 사이 차명차주나 소유 법인들을 내세운 뒤 1,132억원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개인 사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거나 개인 투자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대주주에 대한 대출 등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김 전 회장 본인을 포함해 계열은행 경영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발 당하자 계열 은행 법인 자금에서 14억여원을 빼내 변호사 비용으로 쓰고 계열은행과 개인 사업체에서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소유했던 시행업체 자금 40억원을 한때 가수 활동을 했던 자신의 아들의 음반이나 뮤직비디오 제작비, 홍보비로 쓴 사실도 적발됐다.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들은 적게는 238억원에서 많게는 1,185억원의 부실대출을 일으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알선해주고 돈을 챙긴 혐의로 대출 브로커 김모씨와 회사 자금을 횡령한 모 시행사 대표 박모씨 등 2명도 적발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에 밝혀진 혐의들은 김 전 회장 등 과거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국한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3월 일본 SBI그룹에 인수된 뒤 지난 9월부터 'SBI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