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국민 세금 민감지수 몰라도 너무 몰랐다

■ 닷새만에 좌초된 세법개정, 왜
중산층 기준 통계로만 접근… 실제 삶의 수준 간과

"비과세ㆍ감면를 줄인다는 것은 이미 연초부터 공개된 정책인데 왜 이제 와 새삼스럽게…."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이 발표 닷새 만인 12일 원점으로 돌아가자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가 던진 넋두리다. 연초부터 예고됐던 정책을 놓고 여론이 경천동지할 내용인 듯 들끓고 있으니 정책당국자로서는 답답할 만도 하다. 사실 조세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개정안의 방향이 큰 틀에서는 옳았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왜 정부는 이렇게 핀치에 몰렸을까.

이번 개정안을 발표한 전후의 상황을 보면 정책적 판단에 무게가 쏠린 나머지 정서적ㆍ정무적 판단이 미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 '세금민감지수'를 너무 과소평가했고 문제가 된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만 접근했을 뿐 국민의 실제 삶의 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수세에 몰렸던 야권이 세금이 갖는 폭발력을 제대로 알고 있었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다. 과거 종합부동산세로 홍역을 치렀던 민주당으로서는 조세정책으로 불 역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중산층의 개념이다. 문제가 된 '1인당 총급여 3,450만원'의 경우 통계만 놓고 보면 정부의 계산이 맞다. 하지만 이 정도 소득으로는 자녀교육비조차 감당하기 버겁다. 이들 소득층 중 상당수는 전셋값 올려주기도 힘들다. 하필이면 공공요금이 오르고 전셋값이 폭등하는 판에 이들에게 '중산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깃털론' 등을 언급했으니 저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만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애초에 청와대와 여당이 조세개혁에 대한 제대로 된 의지와 비전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이 잠시 악화됐다고 원점 재검토로 돌아선 대통령과 과반 가까운 거대의석을 가지고도 국회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여당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도 "조세개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며 "잠깐의 여론 반발에 화들짝 놀라 물러설 정도의 배짱으로는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성공적으로 구조 조정할 수 없다"고 고언했다.

정부의 한 관료도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이 한번 추진하겠다고 하면 여론의 지형이 불리해도 당정청이 결집하는 돌파력이 있었다"며 "지금 정부는 MB의 일부 실정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정도가 과해 지레 여론에 겁을 먹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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